판례: 대법원 2021.7.15. 선고 2018도11349
[판시사항]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에 의하여 적법한 신고를 마치고 도로에서 집회나 시위를 하였으나, 당초 신고된 범위를 현저히 일탈하거나 같은 법 제 12조에 의한 조건을 중대하게 위반하여 도로교통을 방해함으로서 통행을 불가능하게 하거나 현저하게 곤란하게 하는 경우, 일반교통방해죄가 성립하는지 여부 및 이때 집회 및 시위의 참가자에게 일반교통방해죄가 성리하기 위한 요건
[참조조문]
형법 제30조, 제 185조,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제6조 제1항, 제12조
[참조판례]
대법원 2008. 11. 13. 선고 2006도755 판결(공2008하, 1695), 대법원 2016. 11. 10. 선고 2016도4921 판결, 대법원 2019. 12. 13. 선고 2017도19737 판결
【전문】
【피 고 인】
피고인
【상 고 인】
피고인
【변 호 인】
법무법인 시민 담당변호사 이영직 외 3인
【원심판결】
수원지법 2018. 6. 28. 선고 2017노8417 판결
【주 문】
원심판결 중 유죄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수원지방법원에 환송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이하 ‘집시법’이라고 한다) 제6조 제1항 및 그 입법 취지에 비추어 보면, 집시법에 의하여 적법한 신고를 마치고 도로에서 집회나 시위를 하는 경우 도로의 교통이 어느 정도 제한될 수밖에 없다. 그러므로 그 집회 또는 시위가 신고된 범위 내에서 행해졌거나 신고된 내용과 다소 다르게 행해졌어도 신고된 범위를 현저히 일탈하지 않는 경우에는, 그로 인하여 도로의 교통이 방해를 받았다고 하더라도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형법 제185조의 일반교통방해죄가 성립하지 않는다. 그러나 그 집회 또는 시위가 당초 신고된 범위를 현저히 일탈하거나 집시법 제12조에 의한 조건을 중대하게 위반하여 도로 교통을 방해함으로써 통행을 불가능하게 하거나 현저하게 곤란하게 하는 경우에는 일반교통방해죄가 성립한다(대법원 2008. 11. 13. 선고 2006도755 판결 등 참조).
그런데 당초 신고된 범위를 현저히 일탈하거나 집시법 제12조에 의한 조건을 중대하게 위반하여 도로 교통을 방해함으로써 통행을 불가능하게 하거나 현저하게 곤란하게 하는 집회 및 시위에 참가하였다고 하여, 그러한 참가자 모두에게 당연히 일반교통방해죄가 성립하는 것은 아니다. 실제로 그 참가자가 위와 같이 신고된 범위의 현저한 일탈 또는 조건의 중대한 위반에 가담하여 교통방해를 유발하는 직접적인 행위를 하였거나, 그렇지 아니할 경우에는 그 참가자의 참가 경위나 관여 정도 등에 비추어 그 참가자에게 공모공동정범으로서의 죄책을 물을 수 있는 경우라야 일반교통방해죄가 성립한다(대법원 2016. 11. 10. 선고 2016도4921 판결 등 참조).
2. 가. 이 사건 공소사실 중 일반교통방해 부분의 요지는, 피고인은 2015. 3. 28. 서울 영등포구 여의대로 여의도공원 문화마당에서 ‘공적연금 개악 저지를 위한 공동투쟁본부’가 주최한 ‘국민연금 강화 및 공무원연금 개악저지 총력투쟁 결의대회’ 집회(이하 ‘이 사건 집회’라고 한다)에 참석한 후, 집회 참가자 5,000여 명과 공동하여 위 문화마당에서 나와 여의대로 차로상에서 행진하고 연좌하는 등의 방법으로 약 30여 분가량 육로의 교통을 방해하였다는 것이다.
나. 이에 대하여 원심은, 피고인이 이 사건 집회의 다른 참가자들과 암묵적·순차적으로 공모하여 도로 교통을 방해함으로써 통행을 불가능하게 하거나 현저하게 곤란하게 하는 행위를 하였다고 보아, 이 부분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하였다.
3. 가. 원심판결 이유와 기록에 의하면, 다음과 같은 사실 내지 사정을 알 수 있다.
(1) 이 사건 집회는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등 단체로 구성된 ‘공적연금 개악 저지를 위한 공동투쟁본부’에서 주최한 것으로, 2015. 3. 28. 14:00경 서울 여의도공원 문화마당에서 약 60,000명이 참가하여 결의대회를 진행한 후, 16:15경 집회 참가자 5,000여 명이 신고된 행진 경로가 아닌 마포대교 방면 진행방향의 여의대로 전 차로를 점거한 채 행진하였고, 16:35경에는 엘지트윈빌딩 앞 여의대로 양방향 전 차로상에 연좌한 채 17:07경까지 시위하였다.
(2) 피고인은 전국공무원노조 ○○시지부 조합원으로 이 사건 집회에 참가하였을 뿐, 피고인이 이 사건 집회의 주최자 측과 관련이 있다거나 이 사건 집회의 신고 범위나 조건, 행진 계획 등을 사전에 알고 있었다고 볼 자료는 없다.
(3) 검사가 제출한 채증사진에는 피고인이 다른 집회 참가자들과 함께 16:59경을 전후하여 시위에 참여하고 있는 모습이 촬영되어 있다. 한편 피고인은 검찰 조사 당시 시위 대열에서 피고인의 위치를 묻는 검사의 질문에 “통상적으로 지도부가 시위 대열의 제일 앞쪽에 위치하고 있었고, 시위 대열을 따라가다가 보니까 지도부 바로 뒤쪽에서 따라갔던 것 같습니다.”라고 진술하였다.
(4) 그러나 피고인에 대한 채증사진으로는 피고인의 이 사건 집회에의 참가 경위나 관여 정도에 대해서 구체적으로 확인할 수 없고, 달리 피고인이 주도적으로 교통방해를 유발하는 직접적인 행위를 하였다는 증거가 없다. 이 사건 집회가 경찰과의 물리적 충돌이 없는 상태에서 비교적 평화롭게 진행되었던 점에 비추어 볼 때 피고인이 이 사건 집회에 참가하면서 신고 범위의 현저한 일탈이나 조건의 중대한 위반에 가담한다는 인식을 하였다고 단정하기도 어렵다.
(5) 원심은 시위 대열의 선두 쪽에 있었다는 피고인의 진술만으로, 당시 시위 대열이 여의대로에 진입할 당시 차량이 계속하여 통행 중이었고, 위 진입 부분에서 경찰 측의 불법집회에 대한 경고방송이 반복되고 있었던 사정상 피고인이 교통이 방해되고 있음을 알았거나 위 경고방송을 충분히 들을 수 있었을 것이라고 추측하였다. 그러나 여의대로는 왕복 10차로의 넓은 도로이고, 당시 5,000여 명의 집회 참가자들이 외치는 구호나 집회 주최 측의 방송 등으로 인하여 현장이 매우 소란스러웠을 것으로 보인다. 위와 같은 상황에서 피고인의 위 진술만으로, 피고인이 교통방해 상황이나 경고방송의 내용을 정확히 파악하여 사전신고내용에 배치되는 행진을 하고 있다는 사정을 인식하였을 것이라는 점이 합리적 의심 없이 증명되었다고 보기도 어렵다.
나. 위와 같은 사실관계 및 사정을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은 이 사건 집회에 단순 참가한 것으로 보일 뿐, 피고인이 이 사건 집회의 신고 범위를 현저히 일탈하거나 조건을 중대하게 위반하는 데에 가담하여 교통방해를 유발하는 직접적인 행위를 하였다거나 피고인에게 일반교통방해죄의 공모공동정범으로서의 죄책을 물을 수 있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
그런데도 이와 달리 판단한 원심판결에는 일반교통방해죄, 공모공동정범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4. 그러므로 원심판결 중 유죄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72기 2월 전자소송반 유은진